 |  | | | ↑↑ 청와대 조상명 전 상황실장- | | ⓒ 김천내일신문 | 10월 16일 경기도 부천의 한 공장에서 불이 났다.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에 나섰다. 그러나 불길과 검은 연기가 급격히 확산하면서 두 명의 소방관이 고립됐다. 한 명은 중상을 입었고, 다른 한 명은 끝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고(故) 김진석 소방위. 그의 마지막 출동이었다.화재 현장에서는 그을린 진압복을 입은 동료 소방관이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위험 속으로 들어간 동료가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절망 앞에서 흘린 눈물이었다.
그에 앞서 10월 13일, 국정감사장에서는 전혀 다른 말이 나왔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소방을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에 비유한 것이다. 이후 사과가 뒤따랐지만, 이번 논란을 단순한 말실수로 끝내서는 안 된다.두 사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이 대비는 하나의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소방관을 영웅이라 부르면서, 정작 그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예산을 국가와 지방정부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 ‘재정 빨대’ 발언이 드러낸 시각차
지방정부가 소방재정의 부담을 호소하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국가직으로 전환된 소방공무원의 인건비와 운영비를 지방정부가 상당 부분 부담하는 현실은 분명히 검토해야 할 문제다.그러나 재정 부담을 지적하는 것과 소방을 부담스러운 존재로 표현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예산은 행정의 우선순위를 보여준다.
소방 예산을 포함한 재난안전 분야 예산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할 국가 안전의 기반이다.물론 재난안전 예산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그 효율성은 단순히 얼마나 적게 썼는가가 아니라, 그 예산으로 얼마나 많은 위험을 줄이고 국민의 생명을 지켰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행정의 책임자는 재정의 어려움을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어려움의 원인을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사람들에게 돌리는 듯한 표현은 경계해야 한다.안전은 평소에는 비용으로 보이지만, 위기의 순간에는 국가의 실력으로 드러난다.
■ 국가직 전환, 신분은 바뀌었지만 책임은 남았다
2020년 소방공무원은 지방직에서 국가직으로 전환됐다. 지역에 따라 달랐던 소방서비스의 격차를 줄이고 국가 차원의 재난 대응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그러나 국가직 전환 이후에도 소방 인건비와 운영비의 상당 부분은 지방정부가 부담하고 있다.
신분은 국가직이 되었지만 재정구조는 여전히 지방재정에 크게 의존하는 것이다.국민의 생명은 어느 지역에 살고 있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지 않는다.
재정 여력이 넉넉한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 사이에 기본적인 소방 대응 능력의 격차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 국가가 신분은 책임지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재정 책임을 명확하게 정리하지 않았다면 제도개혁은 아직 완성됐다고 보기 어렵다.중앙정부는 필수 소방인력과 안전장비에 대한 안정적인 재정 지원 기준을 마련하고, 지방정부는 지역별 재난 위험에 맞는 예방과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국가와 지방정부가 책임을 명확히 나누되, 국민의 안전에 대해서는 함께 책임지는 구조가 필요하다.제도는 만들어지는 순간이 아니라 작동하는 현장에서 평가받는다. 국가직 전환 역시 국민과 소방관이 체감하는 안전으로 그 성과를 증명해야 한다.
■ 영웅의 희생에 의존하는 안전은 지속될 수 없다
이번 부천 화재는 소방재정의 문제를 넘어 현장 안전체계에도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화재가 발생한 건물의 관리업체는 최근 3년간 소방시설 자체점검을 실시하고 '이상 없음'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화재 현장에서는 다량의 인화성 물질이 발견됐고, 해당 공장은 위험물 취급 허가를 받은 이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건물은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닌 것으로 잠정 파악됐으나, 실제 구조와 용도에 따른 적용 여부는 조사 중이다. 정확한 화재 원인과 위험물 관리의 적법성은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이 사실만으로도 과제는 분명하다.
서류에 이상이 없다는 것이 현장에 위험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안전행정은 규정을 지켰는지 확인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실제 위험을 찾아내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오랜 공직생활 동안 국가의 재난 대응을 관리하면서 소방관들의 노고와 희생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그때마다 절감한 것은 재난 대응을 현장 소방관 개인의 용기와 헌신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위험을 사전에 발견하는 예방체계,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시스템, 충분한 인력과 장비, 위급한 순간에 올바른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지휘체계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소방관 개인이 아무리 유능하고 용감해도 시스템이 뒷받침하지 못하면 그 위험은 결국 현장 대원에게 돌아간다.따라서 위험물 관리와 소방시설 설치 기준을 실제 위험도에 맞게 점검하고, 출동대원이 건물 구조와 위험물 정보를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순직이나 중상 사고가 발생하면 원인을 전문적으로 조사하고, 그 결과를 장비와 훈련, 현장 대응절차 개선에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재난안전 예산은 단순한 지출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투자다.
■ 추모의 말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의 변화
고 김진석 소방위에게는 1계급 특별승진 예우가 이뤄졌고, 훈장 추서와 경기도청장 장례도 추진됐다. 국가가 고인의 헌신에 합당한 예우를 갖추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순직 이후의 예우만으로 국가의 책임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이번 사고를 계기로 소방재정의 분담구조를 다시 점검하고, 현장 안전을 위한 필수 인력과 장비가 충분한지 확인해야 한다.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개선 대책이 발표로 끝나지 않도록 이행 여부까지 지속적으로 살펴야 한다.국민이 확인해야 할 것은 추모의 규모가 아니라 그 이후의 변화다. 같은 위험이 반복되지 않도록 무엇을 바꾸었는가. 소방관들이 이전보다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되었는가.
국민은 소방관을 영웅이라 부른다. 그러나 소방관은 영웅이기 전에 가족이 있는 평범한 시민이며, 국가가 보호해야 할 공직자이기도 하다.
그들이 위험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이지, 자신의 생명을 희생하기 위해서가 아니다.소방관에 대한 국가의 존중은 순직 이후의 훈장이나 추모의 말로만 증명되지 않는다.
출동한 소방관이 임무를 마치고 가족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얼마나 철저히 준비했는가로 증명된다.영웅을 칭송하는 국가를 넘어, 영웅의 희생을 줄이는 국가가 되어야 한다. |